본문 바로가기

사용기

<곰브리치 세계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글. 클리퍼드 하퍼 그림 / 박민수 옮김 / 출판사 비룡소.

 

곰브리치?

  잘은 모르지만 저자 곰브리치는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건 아마 <서양미술사>의 저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그가 190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났고 유태인이며 미술사(?) 박사 학위자였다는 사실, 그리고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해서 강사와 교수를 역임했고 기사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넘어가 본다. (출처-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902

 

 

이 책이 쓰이기까지

  약간은 재미있게도 책의 서문은 곰브리치의 손녀의 글이 실려있다. 그는 어떻게 이 책이 쓰여졌는지를 알려준다. 빈의 박사 학위를 받은 곰브리치는 어느 날 젊은 출판 편집자의 의뢰를 받게 된다. 어린이 역사책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그런데 곰브리치는 차라리 자기가 쓰는 게 더 낫겠다고 했고 이것을 계기로 짧은 시간 동안 원고가 쓰였다. 다행히 책은 평가가 좋았고 잘 팔렸다. 다음은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은 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를 대신할 의도로 집필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학교에서 읽히는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필기를 하고 또 이름이나 연대를 외워야 한다는 부담 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꼬치꼬치 질문을 하지 않으리란 점도 약속하겠다."

 

 

가벼운 서양 세계사

  보통 '세계사'가 가리키는 것처럼 역시나 이 책도 '서양사'를 말하고 있다. 인간의 탄생과 고대 문명들부터 시작해서 1-2차 세계 대전까지의 내용이다. 

  

  읽기가 어렵지는 않다. 본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참 다행스런 일이다. 반대로 이 분야를 대강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지루할 수 있는 깊이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처음 접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첫째로 지도를 많이 싣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럽,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잘 모른다면 헷갈릴 수 있어서 지도를 참조해가면서 읽으면 더 쉽지 싶다. 

 

  둘째로는 분량이 많지 않다보니 생략되는 내용들이 꽤나 있다. 그래서 시간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생기는 공백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들은 다른 책을 통해서 채워가면 좋겠다. 

 

 

큰 골격

  어떤 분야를 알아가는 건 대략의 흐름을 잡고 더 작은 줄기를 잡아가는 게 아닐까. 건물로 치면 기반 공사를 하고 큰 골격을 잡고 벽을 세우고 내용물을 채워가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런 의미에서 큰 골격을 세우는 데 적합한 책이다. 동서남북을 가릴 줄 알게 된다면 대화가 되니 이후 일이 쉬워진다.